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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한 사람들

워런 버핏의 재단 기부 에피소드

by 인포하이브 2022. 7. 5.

'투자의 귀재'와 '컴퓨터 황제'의 우정

 전 재산의 85%를 자선단체에 내놓아 훈훈한 감동을 준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의 끈끈한 우정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최고 부자라는 점 외에는 도무지 비슷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25년의 나이차이를 뛰어넘어 15년째 우정을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버핏 회장은 2년 전에 숨진 아내를 기리는 수전 톰슨 버핏 재단에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리라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대부분의 재산을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뉴욕 타임스>는 2006년 6월 27일 인터넷판에서 '친구들 간의 선물' 이라는 제목으로 '투자의 귀재' 버핏 회장과 '컴퓨터 황제' 게이츠 회장의 우정을 조명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1991년이다. 당시 회사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게이츠는 어머니의 권유에 못 이겨 버핏과 캐서린 그레이엄 <워싱턴 포스트> 발행인 등이 참석한 모임에 나갔다. 게이츠는 버핏을 직접 만나기 전에는 '돈 문제에만 관심 있는 영감' 이라며 호감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둘은 만나자마자 이내 서로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는 1991년 처음 만난 이후 사업상 동료이자 친한 친구로 지내왔다. 함께 여행하거나 정기적으로 온라인 브리지 게임을 하기도 하고, 수시로 개인적인 문제나 사업상의 문제를 의논하기도 했다.

 게이츠가 자선사업에 과심을 갖게 된 것도 버핏 때문이었다. 버핏의 권유로 세계 빈곤 문제를 분석한 세계은행의 세계개발보고서를 읽은 뒤 자선사업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버핏과 게이츠를 아는 지인들은 두 사람이 부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확신과 지성 덕분에 15년째 우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두 사람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던 도널드 그레이엄 <워싱턴 포스트> 회장은 "워런이나 빌처럼 똑똑하다면 대화할 상대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버핏 회장의 이번 '선물'은 그가 얼마나 게이츠를 존경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기의 기부

 버핏은 2006년 6월 25일 자신이 운영하는 투자 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를 통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310억 달러를 비롯해 자녀들이 운영하는 3개 자선단체, 작고한 아내를 기리기 위해 만든 자선단체에 매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부 액수 374억 달러는 앤드류 카네기나 존 록펠러, 헨리 포드 등의 기부금을 능가하는 사상 최대 규모다.

 2006년 현재 75세인 버핏 회장은 빌 게이츠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부자로 꼽히는데, 대부분의 재산을 주식 형태로 소유하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CEO인 버핏은 회사 지분의 약 31%를 갖고 있다. 2006년 6월 23일 주식시장 종가를 기준으로 할 때 그의 재산 규모는 44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버핏은 그 동안 죽은 뒤에나 기부를 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그의 기부금은 대부분 아내의 재단에 넘겨질 것으로 예상돼왔다. 하지만 버핏은 "2004년 아내가 죽은 후 재산을 기부하는 것이 옳다는 확신이 섰으며, 빌 게이츠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2000년 설립된 게이츠 재단은 자산이 3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최대의 자선 재단으로, 후진국 교육 사업과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퇴치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편 버핏의 나머지 기부금 60억 달러는 아내를 기린 수전 톰슨 버핏 재단, 장남의 하워드 버핏 재단, 딸의 수전 버핏 재단, 차남의 노보 재단에 쓰일 예정이다. 남은 재산 66억 달러도 생전 혹은 사후에 모두 자선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버핏은 밝혔다.

 워런 버핏의 전 재산 기부는 책임 있는 부자, 즉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상직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바탕에 깔린 철학은 부가 클수록 그것을 가능케 한 사회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버핏 회장은 빌 게이츠와 함께 상속세 폐지 반대 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버핏의 기부는 부자가 적대나 선망의 대상에 머물러 있는 한국의 현실에 비춰볼 때 '존경받는' 부자가 무엇인가 하는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명예롭게 돈 쓰는 방법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돈 많은 사람들에게 안겨준 셈이다.

 문득 "돈은 거름과 같다. 여기저기 뿌려놓으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한 곳에 쌓아두면 썩은 악취가 난다."는 클린터 머치슨의 명언이 떠오른다. 죽을 때까지 불우한 이웃에게 헌신했던 배우 오드리 헵번이 남긴 "손이 왜 두 개인줄 아는가. 하나는 나를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을 위한 것이다."는 말도.

 

워런 버핏과 한국 재벌의 차이

 워런 버핏 회장이 전 재산의 85%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소식에 세계가 놀랐다. 이를 계기로 한국 부자들의 사회 환원 문화가 덩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반열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세계 자산 부호 100위권에 진입하는 등 '탈한국' 부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 오너들이 사재를 출연했다는 미담 뉴스도 해마다 들린다. 1,000억 원대가 넘는 기부 사례도 있다.

 하지만 한국 재벌의 재산 환원 문제는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의 방식과는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기부 시기, 즉 타이밍의 문제다. 한국 재벌의 경우 거액의 기부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항상 기부자의 선의를 의심케 하는 사건 혹은 정황이 있었다. 2006년 2월 이건희 회장이 8,000억 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는 X파일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이 회장은 외국에 나가 장기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4월에는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부자의 사재 1조 원을 사회단체에 기부한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정몽구 회장이 검찰 수사로 구속을 코앞에 둔 때였다.

 물론 워런 버핏 회장도 2004년에 미국 뉴욕 주의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있다. 2005년에는 세무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버핏 회장은 그런 때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발표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한국 재벌 기부 방식의 두 번째 특징은 회사의 기부와 개인의 기부가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워런 버핏은 사회 공헌으로 유명하지만 그가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물론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회사여서 대중에게 광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총수의 기부 행위를 기업의 사회 기부와 분리해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빌 게이츠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관계없이 자신의 사재를 100% 출연해 재단을 만들었다. 공식 이름은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 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관련된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2002년 7월 설립돼 흔히 '이건희 장학금' 으로 불리는 장학재단의 공식 명칭은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 이다. 이 재단의 출연금 4,500억 원중에는 이건희 회장이 낸 1,300억 원과 이재용 상무가 낸 1,100억 원등 오너 일가 자금도 들어 있지만 삼성전자 등 10여 개 계열사도 2,100억 원을 출연했다. 다른 대기업도 자선단체를 만들 때 계열사 출연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설사 재벌 오너가 100% 사재를 출연해 만든 재단이라 하더라도 기업 이름을 앞에 붙여서 홍보 효과를 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2006년 3월 미국의 경제 월간지 <포브스>지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워런 버핏 회장의 7분의 1 정도다. 이건희 회장이 자기 가족과도 무관하고 삼성그룹과도 상관없는 자선단체에 재산의 85%를 기부할 수 있을까?

 

이상이 워런 버핏의 재단 기부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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